마이크킴의 일2011. 1. 30. 11:30

해외영업일을 한 지 이제 4년차가 되었습니다. 내노라하는 영업맨들이 세상엔 널리고 널렸지만 저도 제 나름의 아우라를 갖기 위해서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중입니다.

다양한 경험을 두 개의 회사를 통해서 쌓았고, 쌓아가고 있으며, 그렇게 하면서 유럽-중동-다시 유럽을 맡고 있습니다. 해외영업일을 하다보니 한국의 고유의 정서보다는 실리가 기본이라고 배운 서양의 문화에 많이 길들여졌습니다. 늘 합리적으로 사고하려고 하는데 미국과 유럽은 사고가 약간 달랐던 것인지, 제가 보던 미국드라마(이하 미드), 영화의 인물들과 실제 유럽 친구들의 사고는 다른 부분이 있었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차차 소회를 적어보기로 하고, 일단 오늘 새삼 느꼈던 일에 대해서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신사가 많다는 나라의 한 친구는 늘 나이를 앞세우며 평소와 같이 우리에게서 더 많은 것들 얻어내기 위해서 몰아부쳐왔습니다. 저는 미드를 많이 보다보니 손해를 보더라도 정직이 최선의 길이라는 신념에 차있었고, 솔직히 안되는 것은 안된다고 이야기하였습니다.
영업이라는 것이 외부와 내부의 조율과 정보수집, 가공이 전부이다보니 때로는 생각보다 쉽게 일이 풀리기도 하고, 때로는 간단한 일도 해결하기 위해 멀리 돌아가는 경우가 있는데, 사람의 일이라는 것이 수학공식의 해결과 같이 명료하지 않은 경우가 있습니다. 이번에 한 번 이기면, 다음에 꼭 상대편은 나에게 져줄 것을 강요하는 경우가 태반이어서요... 각설하고, 어떤 문제에 대해서 정확한-지킬 수 있는 일정을 요구해와서 솔직히 1-2개월 안에는 다른 일정으로 인해 해결이 쉽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너도 예전의 사례들을 통해서 이해할 수 있지 않겠냐고 하였으나, 도무지 씨알이 먹히지 않더라고요... 결국은 그녀석의 이상한 한국업체를 상대하는 스킬인, Boss-Boss로 이야기하겠다고 하여, 마음대로 하고싶은대로 하고, 그렇게 할 경우엔 나에게 더이상 관련 내용에 대해서 이야기하지 말 것을 강력하게 이야기하였습니다.
저는 제 의견을 솔직하게 말했고, 거짓을 말하는 대신에 제 나름의 예의를 다하여 공손하게 왜 안되는지 설명을 하고 양해를 구하려 했으나, 고집불통의 신사의 나라 친구는 단호하게 거절하고 Boss와의 미팅을 잡아달라고 하더군요.

전화를 끊고나니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바이어는 바이어고, 가장 중요한 존재인데, 차라리 최대한의 기간, 예를 들어 2개월의 시간을 이야기하고 차일피일 미루면서 달래봤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것이었습니다.

대부분의 경우, 저는 안되는 것은 안된다고 이야기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합리적이고, 상대방을 위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그게 일을 하면서 가장 옳은 길이라고 생각하는 신념이었습니다. 하지만 때로는 좋은 것이 좋은 것이다라는 말도 충분히 공감하고 따르고 싶기도 합니다.

제가 저지른 일로 제가 몸담고 있는 회사에 누를 끼치는 것은 아닌지 몇 시간이 지난 지금에 와서야 마음이 쓰이고, 관계개선을 어떻게 해야할까 고민도 됩니다. 물론 제가 한 일에는 제가 책임을 져야합니다. 그리고 적어도 제가 한 일이 잘못되었다는 생각은 하지 않습니다. 다만 더 좋은 길이 정말 없었을까하는 스스로에 대한 의구심은 부정하기 힘드네요.

아직도 저는 애송이인가봅니다. 제 옆에 큰 벽같은 존재가 있어서 더욱더 그렇게 느껴지는 날입니다.


*여담이지만, 일본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사장의 젊은 시절에 대한 글을 읽었는데, 정말 대단하시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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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mike7kim